대구광역시 창업정책에 관한 제언
계명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김대건 교수
대구시는 전통 제조업과 섬유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 중심지이지만, 최근 성장 정체와 청년 인구 유출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역 경쟁력 약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창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한다.
현재 청년 창업 지원, 스타트업 육성, 창업보육센터 확대 등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창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지역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계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접근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대구 창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는 첫째, 지역 기업과 연계한 스핀오프 창업 촉진, 둘째, 대학 창업교육센터의 통합 운영, 셋째, 대학을 창업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창업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역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개별 지원에서 벗어나 연계와 통합을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본 기고문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대구형 창업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지역 기업과 연계한 스핀오프 창업
대구시는 지역 기업을 활용한 스핀오프 창업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핀오프 창업은 기존 기업이나 기관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창업 초기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와 독일이 있다.
1. 핀란드: 노키아(Nokia)의 스핀오프 창업 생태계 구축
핀란드는 노키아 구조조정 이후, 퇴직 연구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브릿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이를 통해 슈퍼셀과 같은 글로벌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핀란드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2.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산업 스핀오프 창업 모델
독일은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의 기술 창업을 촉진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는 창업자들에게 기술 이전, 초기 자금, 공간을 지원하며, 연구소와 지속적인 협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MP3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스핀오프 창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례들이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구시는 기업 퇴직자와 연구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스핀오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창업 자금과 공간, 멘토링을 원스톱으로 제공해야 한다.
둘째,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업과 협력해 창업을 유도하고, 연구자들이 창업 후에도 안정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창업 사례 공유와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핀란드의 슬러시와 같은 창업 행사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핀란드와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지역 기업과 연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대구는 혁신 창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구 통합형 창업교육센터 운영의 필요성
대구시는 지역 내 대학들이 운영하는 창업교육센터를 통해 청년 창업을 지원해왔지만, 개별 운영으로 인한 자원의 중복, 창업 성과의 편차, 대학 간 연계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형 창업교육센터 운영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먼저, 대학별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공간, 장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동 창업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자들이 각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자와 멘토, 투자자가 자유롭게 교류하며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창업교육의 표준화와 공동 운영이 필요하다. 대학별로 상이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대구형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하면, 대학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준의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창업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창업 역량을 고르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학별 창업 공간과 장비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대구 창업 인프라 공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창업자들이 대학 구분 없이 필요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창업 초기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안정적인 창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학별 창업 멘토를 통합하여 ‘대구 창업 멘토단’을 구성하고, 창업자들이 필요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창업경진대회를 통합하여 ‘대구 대학 창업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창업자들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창업팀에 대한 후속 지원을 강화하여 창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통합형 운영 전략이 실현된다면, 대학 간 창업 성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창업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며, 지역 창업 생태계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는 대학 창업교육센터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여 지속가능한 창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 대학을 활용한 창업거점 구축의 필요성
대구시는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업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역 내 대학을 창업거점으로 삼아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단순한 창업 공간 제공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전략적 창업거점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구가 집중 육성하는 모빌리티, 로봇, 의료헬스케어, ABB(AI, Big Data, Blockchain), 반도체 등 5대 미래 산업과 창업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면, 창업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현재 대학들은 연구 인프라와 기술 인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창업지원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대학과 지역 산업 간 협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창업거점이 대학 내에서만 운영되는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결될 때 창업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학을 기반으로 한 5대 미래 산업별 특화 창업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모빌리티 창업거점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기술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대학의 자동차 부품·전장 기술 연구성과와 창업 아이디어가 결합되는 개방형 R&D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로봇 창업거점은 산업용 및 서비스 로봇 창업자들이 대학 연구자 및 지역 로봇 기업과 협력해 기술 개발부터 현장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의료헬스케어 창업거점은 의료기기, 바이오테크 창업을 지원하며, 대학 연구 인프라와 의료기관·바이오기업이 협력하여 임상시험과 인허가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ABB 창업거점은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기반 창업을 위한 개방형 기술 플랫폼으로, 대학 연구진과 창업자가 협력하고, 데이터 연계 시스템을 통해 지역 산업 전반에 기술을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창업거점은 시스템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창업을 집중 지원하며, 대학의 반도체 설계 및 나노소재 연구 역량을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산업단지와 연계해 연구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처럼 대구시는 대학을 단순한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5대 미래 산업과 연계한 특화 창업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창업자, 대학,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지역 창업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구는 산업과 기술이 융합하는 새로운 창업 혁신 모델을 구축하고, 대한민국 창업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초석이 될 것이다.